* 리츠의 정신 상태가 많이 불안합니다. 많이. 정말 많이. 정말 이거 올려도 되는걸까? 이러면 안됩니다. 잡혀갑니다. 징역을 받습니다...
* 오르(@Lee_Oh_Rr)님의 썰을 보고 짧게 짧게 썼습니다. 많이 어둡습니다.
* 쓰면서 들은 곡 : 진(자연의적P) - IA, 데드 앤드 시크
방문을 열었다. 자기 자신을 제외하면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는 곳. 집을 관리해주는 사람조차도 한 번 들어와 본 적 없는 곳. 어두운 방에는 빛이 제대로 들지 않았다. 커튼을 쳐놓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커튼의 밑바닥으로 흐릿한 달빛이 번져있다. 커튼 틈새로 들어오는 빛을 잠시 응시하던 리츠는 어렴풋이 미소 지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가늘게 길어지는 눈동자는 번뜩이고 있었다.
리츠가 걸음을 옮겼다. 가벼운 머리카락이 걸음걸음 날린다. 걸음을 멈춘다. 그대로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 차가운 유리에 볼을 대었다. 몸을 기울인다. 지독하게도 깨끗한 유리관의 표면은 지문조차도 하나 없어 묘하게 이질적이었다. 어두침침한 방 안. 유일하게 빛나는 것은 붉은 눈과 그 속에 담겨있는 것이었다. 리츠는 그 위로 엎드렸다. 동그랗게 솟아 있는 유리, 차가운 벽 너머에 잠들어있는 사랑하는 사람. 금방이라도 살아 숨 쉴 것만 같은, ―아니, 아니다. 마오는 깊은 잠에 빠진 것 뿐, 언제까지고 자신의 곁에 이렇게 존재해 있을 텐데.
리츠는 손가락으로 유리벽을 쓸었다. 닿지 않았다. 따뜻했고, 간간히 땀이 흘러 조금은 끈끈하기도 했던 피부를 만지지 못한 지 얼마나 되었더라. 그림자가 드리워진 붉음이 깊은 곳으로 침전한다.
기억을 더듬어본다. 마지막으로 닿았던 것을 기억한다. 자신의 옆에서 잠들어있던 마오는 너무나도 평온했다. 코 밑에 손가락을 대었을 때 엷은 숨이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팔딱팔딱, 사랑하는 이의 피부 밑에서 제 존재를 알리고 있던 심장 박동의 소리가 귀 끝을 울렸다. 흩어져 있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었다. 손가락 사이를 스치는 자줏빛의 머리카락들은 의외로 결이 좋아서, 만족하며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다. 감긴 눈, 부드러이 곡선을 그리는 콧대와 콧망울, 그 끝을 타고 흐르는 입술 선과. 문득 고개를 들었더란다. 그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조용한 어둠에 두 사람의 숨소리만 얽혀 들었다. 마-군?나지막이 이름을 불렀었다. 깊게 잠들어 있던 마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 언젠가는. 이대로 너는 어둠 속에 잠겨 사라지고, 내 곁을 떠나게 되겠지. 손을 바라보았다. 그의 목을 바라보았다.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 뒤는. 침묵과 평온, 깊고도 깊은 잠이었다.
사랑하는 이의 처음과 끝은 오롯이 제 손에서 이루어졌다. 그것이 마음에 들었기에 리츠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마오를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리츠는 모른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리츠가 모른다면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어, 신이 데려간 건가. 그런 평을 들으며 리츠는 생각했다. 마-군은, 사랑하는 마오는 자신의 곁에 있다고. 신도 죽음도 뭣도 아닌, 자신의, 곁에.
언제까지고.
리츠는 잠시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오늘의 일과를 읊었다. 오늘 있었던 사건에서 느꼈던 것을 털어놓았다. 당연하게도 마오에게서 답은 없었다. 잠에 빠져 있는 이에게 대답을 바라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그렇기에 리츠는 마오를 재촉하지 않고, 자신의 말만을 늘어놓았다. 이런 일이 있었고, 저런 일이 있었고. 평온하고도 바삐 흘러간 자신의 일상. 지금 이 시간을 위해 존재하는 일상을 모조리 이야기 한 리츠가 눈을 떴다. 노랗고도 붉은 꽃들 사이로 여전히, 마오는 잠들어 있다. 이 뚜껑을 열고 널 만진다면 어떤 기분일까. 손수 장식한 꽃들을 헤치고 마오의 눈을 바라본다면. 분명 짙은 초록의 눈은 꽃들과 잘 어울릴 것이다. 그래도 억지로 깨운다면 좋아하지 않을 것도 알고 있다. 일어날 마오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가벼운 꽃송이들의 잎 끝이 말라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들키지 않게 조용히, 꽃을 갈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츠가 몸을 일으켰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반쯤은 흐릿한 얼굴을 하고 리츠는 웃었다. 마오의 얼굴 위를 덮고 있는 유리를 쓸어내린다. 사랑스러운 나의 마오. 사랑하고 있어. 좋은 꿈 꿔.달짝지근한 사랑고백을 속삭인 리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박자박. 마오의 옆에 놓인 침대로 걸어간다. 원래 두 명이 누웠던 침대는 조금 넓게 느껴진다. 언제쯤 같이 잘 수 있을까. 내일도 아침부터 나가야 하니까, 유리를 닦고 나가자. 시답잖은 생각을 흘리며, 리츠는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