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연회 밴드 앙상블' 스토리 네타가 많습니다. 일단 거기서 시작하는 과거 날조가 있기 때문에 엄청 엄청 스포가 많습니다. 유념해 주세요.
* 리츠마오로 표기했지만 리츠+마오인것 같기도 하고... 우는 리츠를 보고 싶었을 뿐인데... 그러합니다. 제목 짓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이젠 포기할래...
* 쓰면서 들은 곡 : Aimer - 육등성의 밤
옛날옛날, 작은 흡혈귀가 살고 있었습니다. 형 흡혈귀와는 다르게 사람의 피도 조금은 먹어야 하고, 잠도 오랫동안 자야만 살아갈 수 있는 약한 흡혈귀였습니다. 작은 흡혈귀는 오래도록 무덤 속에서 잠을 잤습니다. 자기의 작은 유리병에 마력을 모아두기 위해서요. 언제 쓸 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확실히 근처긴 근처인데. 마오는 눈을 깜박였다. 가방끈을 꼭 쥔 손이 조금은 떨리는 것 같았다. 마오가 굳게 닫힌 문에 다가갔다. 이 집 안에 그 사람이 있다는 거지. 그으, 뭐였더라. 고개를 푹 숙이고 턱에 손을 댄 채 생각에 잠겼던 마오는 문의 옆면을 살폈다. 문패가 달려있었다. 朔間. 사……, 아. 사쿠마. 그 형이 있는 곳. 마오는 자신의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들어가야지. 작은 발로 까치발을 하고 조금은 높은 초인종을 눌렀다.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손을 쥐었다 피고 헛기침을 해 잠겼을 지도 모르는 목소리를 틔운다. 누구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 마오는 화들짝 놀라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눈동자를 굴렸다. 저어, 여기가 사쿠마씨……, 집이죠? 학교에서 왔는데요! 단어를 이리저리 조합해 최대한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어필해본다. 들어가지도 못하고, 선생님의 말을 전하지도 못하고 쫓겨나면 안 된다. 선생님이 믿고 맡겨주신 일이니까.
문이 열렸다. 마당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현관 앞으로 걸어갔다. 현관이 열렸다. 검은 머리, 붉은 눈. 아마도 어머니시겠지? 안녕하세요. 마오는 꾸벅 고개를 숙였고, 그녀는 나직이 웃었다. 들어오렴.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에 괜히 안심이 되었다. 이런 사람이라면 찾아온 경위를 설명하면 그 사람에게 잘 데려다 줄 것 같았다.
어떻게 찾아왔니? 잠시 앉아있으라고 말한 그녀는 따뜻한 코코아를 내왔다. 감사의 말을 건네고 머그컵을 받아든 마오는 멋쩍게 웃고 선생님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복도에서 오며가며 본 적이 있는, 2학년의 선생님이 자신을 불렀을 때 무슨 잘못이라고 했나 걱정을 했었다. 막상 들은 말은 달랐지만.
그, 사쿠마 리츠……, 형이 학교에 안 나온다고 해서요.
아, 그렇지.
그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아들이 학교에 안 나가는데도 걱정하지 않으시는 건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물음이 무례한 것 같아 지워낸 마오는 말을 이었다.
제가 집이 근처라서 데리고 와줬으면 한다고 부탁을 받았어요.
코코아가 따뜻했다. 홀짝거리며 다시 한 번 웃어보이자, 그녀도 따라 웃어주었다. 그제야 마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체적으로는 깔끔하고 단정한 분위기의 집이었다. 커튼이 굉장히 두껍네.
그렇구나. 몇 살이니?
생일이 지나서 7살이에요.
리츠랑 동갑이네.
그녀는 즐겁다는 듯 웃었다. 리츠는 아직 생일이 안 지나서 말이야. 그녀는 짤막히 설명을 덧붙였다. 여전히 웃는 낯으로, 그녀가 이것저것을 마오에게 물었다. 좋아하는 건 뭐니? 싫어하는 건? 동생이나 형은 있니? 마오는 천천히 대답을 고르며 대답했다. 혹시라도 실례가 되는 대답을 하면 곤란하니까. 몇 개의 질문과 답이 오가고 나서야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딘지 모르게 만족스럽다는 얼굴이었다. 마오가 고개를 갸웃거리고서 컵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따라오렴. 아, 네. 마오도 폴짝 의자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낮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녀가 앞장을 서고 마오는 뒤를 쫓았다.
리츠는 말이지, 아직 어려서. 어리광도 많을 거고 사람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너라면 왠지 괜찮을 것 같기도 해. 리츠를 부탁할게.
나긋나긋 말한 그녀의 말을 전부 다 이해하지는 못한 채, 마오는 그녀가 가리키는 방문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어색하게 미소를 띄우고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뭐가 되었든 일단은 연상인데다가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 사람이다.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웠다. 낮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거실에서 봤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두꺼운 커튼이 창문을 꽁꽁 막고 있었다. 마오가 주변을 살폈다. 침대 위의 이불이 동그랗게 솟아있었다. 분명, 저기 안에. 마오가 침을 꿀꺽 살폈다. 뭐부터 하는 게 좋을까. 발소리 하나 없이 조용한 방 안은 고른 숨소리로 가득했다. 마오가 벽으로 손을 뻗었다. 더듬더듬, 무언가가 잡혔다. 눌러본다. 불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환해지는 바람에, 마오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불 덩어리가 뒤척였다. 반응이 있다. 마오가 가방을 내려두고 이불 뭉치로 걸어갔다. 동생을 깨우는 것처럼 이불을 걷어냈다. 작고 하얀, 비슷한 나이대의 소년이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잠들어 있었다.
그, …….
호칭을 뭐로 해야 좋을까. 마오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곤 신중히 입을 떼었다.
리츠 형?
제 이름이 들려서일까, 소년이 움찔거렸다. 마오가 이불을 내려놓고 소년에게로 손을 뻗었다. 어깨를 가볍게 잡고 흔들어 본다.
일어나 봐.
일어나라고 말을 한다고 일어났다면 등교도 했겠지. 당연한 사실에 한숨이 나왔다.
리츠? 형? 일어나.
동생을 깨우는 기분이 들었다. 동생도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흔들면서, 몇 번이나 이름을 불러줘야만 눈을 겨우 뜨고는 했다. 다만, 문제라면 문제인 것은 이 소년은 잠에서 깰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다. 계속해서 소년을 흔들며 깨우던 마오는 집에서 하던 그대로, 허리에 손을 얹고 얼굴을 구겼다.
릿쨩, 일어나!
조금 목소리를 높이면 동생은 놀라서 깨고는 했다. 아, 근데 이 사람은 동생이 아닌데. 아차한 마오가 수습할 새도 없이 소년이 천천히 눈을 떴다. 짜증이 한가득인 눈이었다. 붉은 눈이 형형히 빛났다.
너, 뭐야?
날이 선 말투였다. 왠지 되게 귀찮은 일이 될 것 같은데……. 마오의 직감이 그리 소리치고 있었다.
무덤 속에서 잠들어 있던 흡혈귀에게 햇빛이 닿았습니다. 짜증을 내도, 도망쳐도 태양은 계속해서 작은 흡혈귀를 비춰주었습니다. 눈이 부셨습니다, 피부가 탈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따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더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리츠가 길게 하품을 했다. 공을 차고 노는 게 뭐가 그리 재미있는 것인지 리츠는 하나도 알 수 없었다. 집에 가서 자거나 피아노를 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은데. 낮의 하늘 아래 땀을 흘리면서 공을 차고 노는 건 질색이다. 리츠는 다시 한 번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는 턱을 괴었다. 자신이 앉아 있는 그늘 진 스탠드와는 달리 쏟아지는 빛 사이, 마오는 다른 아이들과 뛰놀고 있었다. 딱 그 나이대의 아이들처럼.
언제쯤 끝날지 모르겠다. 공을 차고 놀다가 갑자기 공을 떨어뜨리지 않는 거로 시합을 벌이질 않나. 리츠가 볼 때에는 그냥 귀찮고 쓸데없는 일인데도 마오는 뭐든지 열심히 하고는 했다. 즐거워 보이기도 했다. 리츠는 빤히 마오를 바라보다, 몸을 뒤로 젖혔다. 뭐가 즐거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기다려주기로 했으니 기다린다. 할 게 없으니 잠을 자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마오가 계속해서 학교로 끌고 오지만 않았어도 집에서 잘 시간이었고.
잠은 쉽게 들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손길이 리츠의 몸을 흔들었다. 리츠가 눈을 떴다. 앞머리를 단정히 뒤로 넘긴 마오의 이마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동글동글하니 한 번 만져보고 싶기도 하다. 리츠가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세웠다. 마오가 눈썹을 찡그리고 작게 웃었다.
많이 지루했어?
응.
짧은 질문에 솔직하게 답을 해줬다. 마오는 그런 답을 예상했는지 어깨를 으쓱거리기만 하고 리츠의 옆에 두었던 자신의 가방을 둘러멨다. 리츠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오가 가방을 리츠에게 메어주고 옷까지 털어주고 나서 손을 내밀었다. 내밀어진 손을 잡고, 마오의 웃음을 확인한 뒤 리츠가 걸음을 옮겼다.
해가 언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이라 그런 지도 모르겠다. 그럼 곧 마오랑 만난 지도 2년이라는 소리다. 시간은 휙휙 흘러간다, 야속하게도. 리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조금은 끈끈하다. 마오는 이것저것 오늘 있었던 일들을 풀어냈다. 학년이 다르기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으니까. 리츠는 얌전히 그것들을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마오를 바라보았다. 마오가 눈을 깜박였다. 왜, 라고 묻는 얼굴이었다.
마-군은 내가 싫지 않아?
응?
마오는 더욱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살짝 입술을 내밀고 미간을 좁히는 게 그런 질문 자체가 싫은 것도 같았다.
나 매일 아침에 깨우는 것도 귀찮을 거고, 나는 흡혈귀고, 또.
리츠가 마오의 머리핀에 시선을 던졌다.
마-군을 물었잖아? 그 때 마-군, 엄청 무서워하고 울었는걸.
아하하……. 마오가 멋쩍게 웃었다. 리츠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발끝을 바라보던 마오는 음, 하고 짧게 생각하더니 곧 방긋 미소 지었다. 마오의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뭐, 귀찮을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릿쨩이 나쁜 아이는 아니잖아.
아니다. 난 나쁜 애라고 반박하고 싶은 마음을 리츠는 열심히 눌렀다. 리츠 때문에 앞머리를 올리고 다닐 정도로 날카로운 것에 대해 공포가 생겼으면서도 상냥한 마오는 괜찮다고, 나쁜 아이가 아니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리츠에게 ‘문다’라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마오는 알 리가 없었다.
귀찮은 거랑은 다르게, 나 릿쨩 많이 좋아하게 됐으니까? 싫어하지 않을 거야.
뭘 믿고 이렇게나 구김 없이, 솔직한 확언을 던질 수 있는 걸까. 여기저기 반박을 해주고 싶었지만, 리츠는 가만히 마오의 손을 더 잡을 뿐이었다. 싫어하지 않을 거야. 그 말을 믿고 싶었다.
있고 싶었습니다. 작은 흡혈귀는 모아놓았던 마력을 마구 쓰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햇살이 머물러주기를, 조금이라도 더. 달과 태양은 함께일 수 없는 걸 알면서도 바라고, 바랐습니다. 어두운 곳으로 도망쳐도 태양은 계속해서 자기를 따라와 줬으니까요. 애석하게도, 형과 달리 큰 마력이 없던 작은 흡혈귀는 텅 비어버린 유리병을 살폈습니다. 아, 이제 빛은 떠나겠구나. 다시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는데도 슬펐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지요. 반짝반짝, 빛에 머무르고 있던 태양은 계속해서 자기의 곁에 남았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리츠는 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놓은 손을 쳐다보았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때처럼 떨어져 있어서 차갑게 굳어버린 것은 아님에도. 시선을 옮겨 창 밖을 바라본다. 달이 떠있었다. 곧 마오가 음악실로 들어오면, 같이 음악실을 나가 함께 돌아갈 것이다. 자신과 마오, 둘이 같이. 왜지? 난 형만한 마력은 없는데, 계속 마-군을 붙잡아 둘 수 있을 리 없는데. 언제 떠날지 모르니 불안하다. 그냥,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날아가면 좋을 텐데. 자신의 존재는 잊고 반짝이는 세상 속에서, 마오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렇게 뜸을 들이고 날아가는 건 너무하다. 계속해서 옆에 있을 거라는 희망이 고문과도 같이 느껴진다.
건반을 꾹 눌렀다. 맑은 음색이 울리지만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았다. 편해질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리츠가 막았던 숨을 터뜨렸다. 조용한 공기 속에 푸름이 뒤섞였다.
“리츠?”
목소리가 들렸다. 가자. 여느 때처럼 머리는 단정하게 올리고 크로스백을 멘 채로 마오가 들어왔다. 리츠가 고개를 돌렸다. 어릴 때와 비슷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언젠가는 외면을 하고 돌아설 테지. 상상만으로도 무너질 것 같다. 겨우 터뜨렸던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왜 떠나가지 않아?”
뜬금없다는 걸 알면서도 리츠는 물었다. 마오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린 날의 기억과 흐릿하게 겹친다. 그 때에 비해, 마오는 조금은 변했다. 더 반짝이고, 다른 사람들과 지금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물론 바뀌지 않은 것도 많지만, 바뀌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데도 바뀐 것을 보면 쉽게 앞을 장담할 수는 없다. 더더욱 변하겠지.
“왜 계속,”
그리고 언젠가는 시선을 돌릴 거야.
“나같은 거 옆에 있는 거야? 왜 싫어하지도 않아?”
마오가 멀뚱멀뚱 리츠를 바라보다 바람 빠지듯 웃었다. 리츠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정도도 못 알아차릴 만큼 바보는 아니다. 예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아무리 바뀌는 것이 많다고 해도 함께 쌓아온 시간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마오는 그저 말없이 리츠에게 걸어갔다.
“왜 계속 불안해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리츠.” 곤란하게 웃는 얼굴로 마오가 머리를 긁적였다. 어떤 말을 하면 좋을 지 생각하는 마오를 보는 짧은 사이에 많은 생각이 스쳤다. 언제 떠날 지 생각하는 거면 어쩌지, 하는 실없는 생각들이.
“말했잖아? 싫어하지 않을 거라고.”
어린 날의 마오가 보였다. 아까보다 선명히.
“리츠를 좋아하니까 떠나지도 않을 거야. 뭐, 쫓아낸다면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안 그래.”
“나도 그럴 거야. 그러니까 불안해하지 좀 말고.”
앉아있는 리츠의 머리에 마오가 가볍게 손을 얹었다. 어쩐지 코끝이 시큰거렸다. 시원하게 웃는 마오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어서, 리츠는 고개를 내렸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각이었다.
“영 불안하면 릿쨩-이라고 불러줄 테니까?”
마오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누가 머리를 쓰다듬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은 넘어가 줄 수 있었다. 잔잔한 마음에 돌덩이를 던져버렸다. 파문이 일고 또 일어 파도가 되어버린다. 그 말 하나가 뭐라고, 눈물이 났다. 마오를 바라볼 수는 없다. 엉망이 되어버린 속이 그대로 비쳐 보일 것 같다.
“우와, 울어? 릿쨩?” “안 울어.” 리츠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에도 마오를 볼 수는 없었지만. 소리 내서 허허, 웃어버린 마오가 어쩔까 고민하다 팔을 뻗었다. 리츠의 머리를, 몸을 감싸고 얌전히 안는다. 조금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등을 토닥여주기도 했다. 리츠가 우는 건, 처음 보는 일이었으니까.
“안 운다니까.”
“그래, 그래.”
끝까지 울지 않는다고 우기는 리츠의 등을 쓸어내렸다. 손길이 따뜻했다. 품이 다정했다. 떠나가지 않아. 마오의 말을 떠올리며, 리츠는 입술을 꾹 깨물고 저도 마오를 안았다. 불안했던 감정이 휩쓸려 밀려나간다. 이 파도를 무어라 명명할지 몰라, 리츠는 팔에 힘을 더욱 주고 얼굴을 묻었다. 정말로, 눈물이 났다. 아, 마음이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