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산이 되고 싶은 치아키와 안 될거라고 하는 카나타가 나오는 단문입니다... 많이 써본 아이들이 아니라 캐붕이 있을 수 있습니다(ㅠㅠ)
- 마냥 친절한 글은 아닌걸까요...? 모르겠다...
비꽃이 툭툭 떨어지더라니, 가늘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분수대에 잠겨 눈을 감고 있던 카나타가 눈을 떴다. 콧등을 때리는 빗방울은 아프지 않았다. 거칠게 쏟아지는 비는 아니었다. 가느다란 빗줄기가 외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만 같았다. 수면 위로 파문이 번졌다. 수면 위로 닿는 빗방울은 커다란 자신에게 먹혀버리고 만다. 「일체화」가 된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까요? 카나타가 하늘로 손을 뻗었다. 이미 젖어버린 손에 닿은 비는 그대로 흘러내려 뚝뚝 떨어졌다. 이제 몸에서 떨어지는 물이 비인지 수돗물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비냄새가 비릿하게 퍼지고 있었다. 마음의 안정을 주는 냄새. 물의 냄새는 싫어하지 않았다. 카나타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 그대로 가라앉았다. 분수대의 바닥에 엉덩이가 닿았다. 머리카락이 떠있는 게 느껴져 조금은 간지러웠다. 보글보글. 부러 기포를 만들어낸 카나타가 다리를 모아 앉았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카나타가 수면 위로 코를 내밀었다.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깨를 늘어뜨리며 입을 비죽거리던 카나타는 참방참방, 손으로 물장난을 쳤다. 늘상 하는 일이지만 기분이 좋아져서, 카나타는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카나타의 손장난이 서서히 멎었다. 다시 한 번 하늘을 올려다본다. 비구름 때문에 태양은 보이지 않았다.
비가 오는 걸 싫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운 걸 싫어하니,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게 더 싫었다. 차가운 물이 뜨겁게 데워지는 건 좋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비구름 속에 가려진 태양이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는 걸까. 분수대에 손을 얹어 몸을 길게 편 카나타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붉은색의 우산을 들고 있던 이가 카나타를 확인하고 걸음을 빨리 했다. 그에 응하듯, 카나타가 빙긋 웃어보였다. 태양이었다. 아무래도, 연습 시간이 다 되었던 것 같다.
“역시 여기 있었구나!”
다른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 어깨에 우산을 걸치고 허리에 손을 올린 치아키가 방긋 웃었다. 평소와 같은 어조에, 카나타가 소리 내어 웃었다. 전 「분수대」가 좋답니다. 나른하게 대답하니, 그건 알고 있다만, 짧은 대답이 들렸다. 흠. 자뭇 곤란하다는 듯 홀딱 젖은 카나타를 보던 치아키가 얼굴을 찌푸렸다. 카나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무슨 일이라고 하긴 새삼스럽지만.”
멋쩍게 웃은 치아키가 우산을 카나타의 머리 위로 내밀었다. 엷은 비가 치아키의 머리와 어깨를 적시기 시작했다. 카나타가 눈을 깜박였다. 속눈썹에 매달린 물방울이 대롱거리다가 똑, 떨어졌다. 우산이 가린 수면은 잔잔했다.
“비까지 맞으면 감기에 걸리니 쉬우니 말이다. 조심하는 게 좋아.”
치아키의 말대로, ‘새삼스러운’ 일이었다. 카나타 자신이 젖어있지 않았던 적을 찾는 게 더 어려울 텐데. 카나타가 슬쩍 웃었다.
“그러는 치아키야말로, 「감기」에 걸려서 고생한 적이 있지 않나요?”
“그때 일은 잊어주기 바란다!”
치아키가 볼을 긁적였다. 검지와 중지에 감긴 붕대가 젖어가는 게 눈에 보였다. 카나타가 우산이 내밀어진 손을 밀었다. 물이 뚝뚝 떨어졌다.
“저는 괜찮으니까, 치아키가 써요.”
“음, 그렇게 말해도 말이다.”
치아키의 손도 꿋꿋했다. 쉽사리 밀려나지 않아, 카나타는 순순히 손을 거뒀다.
“나는 너희들의 우산이 되고 싶으니 말이다.”
“「우산」?”
카나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치아키가 하하 웃으며 말을 받았다.
멀뚱히 치아키를 바라보던 카나타가 웃음을 터뜨렸다. 낭랑한 웃음이었다. 치아키는 파랗게 번지는 웃음을 굳이 막지 않고 함께 커다란 미소를 지어보였다. 따스한 붉음이었다. 카나타의 연둣빛 눈동자가 슬몃 가려졌다. 카나타가 분수대에서 일어섰다. 갑자기 높아지는 키에, 치아키가 영문 모를 감탄사를 뱉으며 팔을 위로 뻗었다. 우산에 비가 가려지고 있었다. 둥둥, 물과 하나 되지 못하고 우산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들의 소리가 들렸다. 우산, 비에서 자신을 지키는. 젖지 않도록.
어쩐지, 슬펐다.
“치아키는 「우산」은 못 될 테니까요.”
“음?”
“그렇다고 레이가 들고 다니는 「양산」도 아니고 말이에요.”
“우, 우웃. 내가 히어로로서 모자르다는 소리구나, 카나타.”
치아키의 말에 카나타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해도, 더 노력할 테니 말이야. 치아키가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눈물이 많았던 사람이었는데. 카나타가 곱게 눈을 휘었다.
치아키는 「우산」이 아니라, 「비」고 「태양」인걸요.
이 말을 하면, 치아키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알아줄까? 아니,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카나타는 그저 가만히 미소 지은 채 치아키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나는 이미 「비」에 젖어있어요. 그러면서도 뜨거워서 힘들고, 버거워요. 잔뜩 감기에 걸려서, 어지럽고 뜨겁지요.
가면 수건으로 몸을 먼저 닦아야겠구나.
빗속에 다정한 빗소리가 섞여 들렸다. 물에 젖어있던 몸이 비에 젖었다. 태양의 열기에 물기가 증발해버리고 만다. 뜨거웠다. 열병이었다. 언제 나을 지도 모르는 열병의 감각에, 카나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 대답했다.
두 사람이 쓰기에는 조금 작은 우산 밖으로 빠져나온 카나타의 어깨가, 비에 젖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