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로 진행되는 결혼식이었기에, 예식장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대기실 안을 불안하게 돌아다니던 마오는 엷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공개로 결혼을 돌려서 다행이었다. 사람들이 몰려오는 건 상대하기가 곤란하다. 안면만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런 사람들 앞에서, 혹시라도. 혹시라도 누군가 때문에 눈물이라도 난다면 정말 큰 일이 날 수도 있었다. 새신랑이 왜 우느냐고 호들갑을 떨겠지. 생각만 해도 피곤했다.
새신랑. 새삼 떠올린 단어에 마오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어렴풋하게, 이제는 익숙해진 인공적인 맛이 느껴졌다. 신랑. 자신은 오늘의 신랑이었고, 주역이었으며, 앞으로는 누군가의 남편이 될 사람이었다. 마오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좋은 사람이었다. 한결같이 다정하고, 웃는 모습은 고왔다. 장난스러운 말 속에는 애정이 묻어나왔고, 정말 힘이 든다고 생각할 때는 품을 빌려주기도 했다. 안아주고, 다독여주고, 꼭 자신은 마오가 아니면 안 된다는 듯이 행동했다. 귀한 집의 막내딸로 자라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역시 많이 닮았다고 생각이 겹쳤다. 싫어한다고는 할 수 없는 그녀에게는 당연히 실례지만, 자신의 하나뿐인 어떤 가족과.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애초에 눈이 갔던 이유도 리츠와 비슷한 색의, 부들부들한 것 같은 검은 머리카락 때문이었으니까.
최악이네, 진짜. 마오가 쓰게 웃었다. 결혼하는 상대와 다른 사람을 겹쳐 보다니. 실례였다. 자신에게 사랑을 읊어주는 그녀에게도, 결혼 소식에 덤덤한 축하를 건넸던 리츠에게도. 마오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작은 대기실 한쪽에는 화려한 양각 무늬가 새겨진 전신거울이 부착되어 있었다. 저렇게 화려한 필요가 있을지 생각하며, 마오는 걸음을 옮겼다.
뒤로 넘긴 머리카락이 어색했다. 핀으로 넘기지 않아서 그럴 지도 몰랐다. 그녀가 본다면 어색하다며 웃을 지도 몰랐다. 그래도 잘 어울린다며 웃어줄 사람이지만. 마오는 볼을 살짝 긁고,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다. 새카만 정장. 군데군데 박힌 금빛의 단추들이 불빛을 받고 번쩍거렸다.
정말 입는 날이 올 줄은. 그녀와 함께 고를 때도 약간 붕 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결혼식이라는 생각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일지도 몰랐다. 조금은 먼 얘기, 라고 생각했었는데. 마오는 흰 장갑을 매만졌다. 활동을 할 때 착용하는 장갑은 옷과 같은 새카만 색이었으니까. 마오가 얼굴을 찌푸렸다. 왜 무엇을 보든, 친구의 생각이 떠나가지 않는지. 동그란 머리가, 덥석덥석 안겨오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 마오는 눈앞에서 손을 휘저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눈앞에서 일렁거리던 얼굴이 문 사이로 보였다. 왠지 울컥하는 마음과, 올 시간이 아닌데 싶어 당황하는 마음이 뒤엉켰다. 순간적으로 얼굴을 찌푸렸을 지도 몰라. 평소보다 조금은 허둥거리며, 마오는 갑작스러운 손님을 맞이했다. 지금 이 순간,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 떠올린 사람을 반겼다.
“일찍 왔네.”
리츠가 희미하게 웃었다.
“응.”
묘하게 가벼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저만의 착각일 지도 몰랐지만, 오래된 소꿉친구가 결혼을 한다니 마음이 가벼워 졌을 수도 있지. 마오는 입 안을 살짝 깨물고 평소처럼 행동하려 노력했다. 리츠의 넥타이핀과 살짝 뒤로 넘긴 오른쪽 앞머리에 시선을 던지던 마오는 다시 리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앞의 리츠는 묘하게 가벼운, 무언가를 내려놓은 사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으면서도 눈만큼은 일렁이고 있었다.
축하하러 온 네가 그런 얼굴이면, 나는 어떤 얼굴을 해야 해. 마오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결혼 축하해.”
얼핏 들으면 그게 축하냐고 타박을 할 정도의 짧은 인사였다. 마오는 타박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건네던 억양과는 달랐다. 마오는 모르는 어떤 감정들이 억눌려서 비죽비죽 튀어나오고 있었다. 터질 것만 같은 무언가를 돌로 억눌러 놓은 느낌.
리츠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가 없어 마오는 얼굴을 구겼다.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끝까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는 리츠가 야속했다. 마오는 리츠의 감정을 명확히 헤아릴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말과 함께 나오던 하나뿐인 가족이라는 말에 마음을 죽이기도 수십 번. 지금의 감정은 도대체 무엇인지. 나름대로 솔직한 저 안에서 제대로 터져 나오지도 못하는 리츠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을지. 마오는 그저 리츠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것 말고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리츠가 마오의 눈치를 살짝 살폈다. 마오는 거기서, 더더욱 불안감을 느꼈다. 리츠가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일은 많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런 표정과 행동을 보이는지. 불안했다. 불안한 만큼, 간절하기도 했다. 듣고 싶었다. 어떤 말이 나오는지.
“미안해.”
리츠의 표정이 말과 동시에 무너졌다.
“……뭐가?”
겨우 입술을 뗄 수 있었다. 리츠의 고개는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마오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미안하다는 말과, 저런 행동. 늘 여유로웠던 리츠와는 정반대였다. 누가 봐도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리츠는 겨우 마오를 제대로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마-군을, 좋아하고 있었어.”
아. 마오는, 터지려는 탄식을 겨우 참아냈다.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이런 말을 하는 리츠라니. 평소에 가볍게 말하던 좋아해가 아니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도 모르면 무어가 소꿉친구일까. 아, 하지만. 하지만. 마오는 자신의 위치를, 오늘의 날을 상기했다. 가장 보고 싶던 사람에게, 가장 듣고 싶던 말을 들었는데도. 기분이 땅으로 꺼질 수 있을까.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았다. 주저앉아서, 원망하며 리츠를 붙잡을 것만 같아, 마오는 숨을 멈췄다.
“결혼식 날인데 이런 말 해서 미안.”
다리에 힘을 주었다. 리츠가 억지로 웃는 얼굴에, 어떤 얼굴로 대해줘야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했는데도, 이런 얼굴은 처음이었으니까. 이런 말도, 처음이었으니까.
더 듣다가는 숨 막혀서 죽을 것 같아. 질식할 거야.
“마지막일 테니까, 말해두고 싶었어. 그 뿐이고…….”
마지막이라는 말이 서러웠다.
“정말로, 결혼 축하해.”
숨을 틔웠다. 리츠가 억지로 웃는 모습은 무서우리만치 어색했다. 정말로, 정말로 어울리지 않았다. 리츠는 언제나 다정하고 사랑스럽다는 듯이 웃는 아이인데. 나 때문에, 저렇게. 저렇게 웃는 아이에게 해줄 말은 무엇이 있을까. 겨우 용기를 낸, 자신의 사랑스러운 친구에게, 엷은 원망과 함께 뭐라도 말을 하려던 찰나였다.
“아, 나 뒤에 스케줄 있어서 지금 가 봐야해.”
스케줄 따위는 없었다. 그런 것쯤은 알고 있었다. 마오는, 말문이 막혔다. 리츠는 도망을 치려하고 있다.
“미안, 나중에 봐.”
리츠가 손을 흔들며 빠르게 대기실을 나갔다. 마오는 잡지 않았다. 잡을 수가 없었다. 도망치려는 리츠를, 끝까지 용기내지 못한 자신이, 감히 어떻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눈이 부으면 안 될 텐데. 마오는 장갑 한 쪽을 벗고 눈두덩을 눌렀다. 벽에 몸을 기댔다. 가슴 한켠이 턱턱 막혀왔다. 물 먹은 솜이 가슴 한 가운데를 막아버린 것 같았다. 이곳을 나가고 싶었다. 갑갑하게 자신을 죄여오는 이 공간을 나가고 싶은데. 나가도 되는 걸까. 나가서, 잡고. 잡고, 말을. 솔직하게 용기를 내준 너에게 나도, 솔직하게. 아니, 하지만 리츠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것처럼 도망쳤다. 그런데도 잡아야 할까. 잡을 수, 있을까. 리츠의 나가는 모습을 상기한 마오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리츠!”
불안해 보이는 뒷모습이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은, 마찬가지로 처음이었으니까. 리츠는 놀란 얼굴이었다. 그런데도 조금은, 안도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마-군.”
그런 너에게 말을 하고 싶게 만들어서.
“리츠, 나는, 난…….”
몇 시간 후면, 나는 다른 사람의 곁에 서 있는데도.
마오는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고는, 눈을 감았다. 아. 자신은 오늘의 주역이었다. 누군가의 남편이 될 사람이었다. 닿을 수도 없어지는데,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리츠에게 더욱 잔인해지지 않을까. 더, 리츠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무엇을 말해야, 좋을 런지.
“……고마워.”
결국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었다. 결혼 축하에 대한 고마움으로 들어도, 솔직하게 말해준 마음에 대한 고마움이라도 들어도 상관이 없었다. 마오는 억지로 웃었다.
“잘 가.”
그 말을 하자마자 리츠가 잡았었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사실, 가지 않길 바라고 있어. 말할 수 없는 말은 하지 않은 채였다.
마오가 표정을 정돈했다. 리츠가 자신을 돌아볼 땐, 아마도 제대로 된 표정이 나왔으리라 생각한다. 조금은 어색하다는 티가 리츠에게는 보일 지도 몰랐지만.
문이 닫혔다. 엘리베이터의 숫자판은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다. 안에서는 아마, 리츠가 혼자 남아있겠지. 버튼을 누르면 리츠가 보일테다. 하지만. 마오는 그 자리에 다시 한 번 주저앉을 것 같은 다리에 힘을 주었다. 괴로웠다.
제대로 대답도 해주지 못했다. 안에 혼자 있을 리츠에게 다가가지도 못한다. 도대체, 나는. 마오가 입술을 깨물었다. 뒤에서, 마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몸을 돌렸다. 자신의 부모님과, 그녀의 부모님이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오셨어요. 그리 인사하며, 마오는 보이지 않을 어색함을 실은 웃음을 띄웠다. 한심해. 결국 나는 겁쟁이인거지. 속으로 차오르는 생각에 잠기며, 마오가 발걸음을 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