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츠 앨범 정장 리츠랑 에이전트 가챠 마오 생각하고 썼습니다. 진짜 이거 너무 진짜 너무했다 감사합니다 햎엘...
* 에버노트나 티스토리나 내용은 비슷한데 이쪽이 조금 더 정돈된 쪽입니다... 문장 정리같은 거...
“알아챘어.”
리츠는 귀에 달고 있던 이어폰을 잡아 뺐다. 머리칼에 가려 보이지 않던 전선도 함께 떨어졌다. 꽤나 거친 손길에, 침대에 앉아 물을 마시던 마오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무엇을? 동그란 눈은 명확한 목적어를 요구했기에, 리츠는 가만히 장갑을 벗었다. 쓸데없는 곳에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꼈던 장갑은 필요가 없어졌다. 손가락 끝까지 오는 장갑이라 불편하고 답답하기도 했고. 리츠는 테이블 위의 칩을 만지작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이게 없어진 거.”
“생각보다 빠르네.”
마오가 태평스레 대꾸했다. 물이 반 정도 남은 페트병의 뚜껑을 닫아 대충 옆에 두었다. 도망칠 곳은 없는 선상. 그러나 오후 7시부터 시작된 연회는 다음 날 아침 7시에 종료된다. 12시까지 마오가 필요한 것을 빼돌리고, 12시 10분 정각에 나루카미와 스바루에게 리츠가 넘긴다. 넘기는 방식은 아직 불명. 마오가 시계를 힐긋거렸다. 11시 43분. 12시 10분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 넘기고 난 뒤에는 얌전히 아침 7시까지 버티면 된다. 지금까지 해오던 게 그런 류였다. 조용히 스며들어서, 그대로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다가 슬며시 빠지는.
“각 룸을 돌아 다니려나 본데.”
“뭐?”
“의심 가는 애들이 있으면 뒤져보려는 것 같아.”
“손님에 대한 매너가 너무 없는 거 아냐?”
마오가 눈썹을 찌푸리고 웃었다. 이리 웃고는 있지만 맘이 편치는 않을 터였다. 방금까지도 긴장하면서 칩을 빼돌리느라 고생했는데.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굴면서 최대한 눈에 튀게 굴지 않는 것도 얼마나 힘든 건지 알아? 마오는 늘 늘어놓는 불만을 짧게 풀고는 리츠를 힐긋거렸다. 리츠는 자신이 빼놓은 장치들과 마오가 빼돌린 칩을 비닐봉투에 한데 묶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무언가 생각하는 게 있을 터다. 리츠는 한 겹으로는 부족한 지 비닐을 몇 번이나 감싸고, 방수가 되는 팩에 그것들을 집어넣었다.
“모든 룸을 다 돌지는 않을 거야.”
담담한 말투였다. 리츠는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평소에는 늘어지게 잠만 자는 애가. 마오는 다시 한 번 시계를 힐끔거리며 장갑을 벗었다. 쓸데없이 그나마 인상을 흐리게 하려 끼고 있던 도수 없는 안경도 벗어 재킷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철저하게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일단 지우겠지. 그 외의 사람들 중에서도 이쪽과 완전히 관련이 없는 소수의 사람은 지워. 수색은 우리처럼 불명확한 애들을 남겨두고 시작할 거야.”
리츠가 방수팩을 닫았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애들은 그쪽에서도 알고 있는 거, 알지?”
“스바루라던가, 너희 왕님.”
리츠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츠가 방수팩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기계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주황색 머리들은 타고나는 건가. 실없는 생각이 마오의 머릿속에 잠시 머물렀다.
“그 정도의 신체 능력이 아니면 단신으로 적진에 들어가는 애들은 없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러니까 아마, 이쪽이 두 명 이상일 거라고 생각하고 돌아다니겠지. 한 명만 예약하고 한 명이 들어가는 게 확인된 된 룸은 패스. 확인하더라도 둘 이상인 룸부터 확인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고.”
“어떻게 그걸 다 예상하는 거냐.”
“나, 이렇게 보여도 참모라고?”
리츠가 슬쩍 웃었다. 느긋하게 내뱉는 말들과 달리, 리츠는 잠시 얼굴을 굳혔다. 리츠의 시선이 시계로 향했다. 11시 48분. 지우고 지운 후에도 순서는 남아있다. 아무래도 VVIP룸은 나중에 확인하겠지. 그렇다면, 적들의 개들이 이곳에 도달하는 건 순간일 수도 있다. 그나마 자신과 마오가 머물 곳이 복도의 안쪽이라 다행인걸까. 리츠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 좋은 룸은 아니었다. 순수하게 연회를 즐기러 온 입장은 아니었으니까, 느긋하게 빼돌리고 건넨 뒤엔 적당히 쉴 수 있을 정도로만 가명으로 빌렸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오의 일처리도 빨랐고, 그들이 알아채는 것도 빨랐다. 방이라도 하나 더 있거나 뭐라도 있으면 숨기기가 용이한데. 방은 하나였고, 고작해야 있는 건 샤워 시설이 딸려있는 화장실뿐이었다. 리츠가 눈을 깜박였다. 차갑게 식은 붉은 눈은 빠르게 굴러갔다.
있는 구조물은 침대와 테이블. 테이블 위에 올린 방수팩은 치워야 한다. 그리고 구석에는 옷걸이와 샤워 가운. 화장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오를 저곳에 숨겨놓을까. 하지만 수색하러 온 개들이 화장실을 들어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 리츠는 떠오른 선택지를 지웠다. 테라스? 테라스도 조사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조사를 피하고, 12시 10분까지 무사히 보내는 것. 혹시라도 누군가 봤을 지도 모르는 마오의 신변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칩도 얌전히 빼돌리는 것. 그것이 제일 중요했다.
“리츠.”
조급함이 섞인 목소리가 자신을 불렀다. 분침은 50분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리츠가 마오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자줏빛 머리카락. 평소와 달리 내린. 조금은 흐트러진. 흐트러진?
얼마 안 있으면 올 것 같은데. 마오가 덧붙인 말에, 리츠는 더 차분히 마오를 응시했다. 방이 조사당하지 않는 법.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된다. 방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던가.
리츠가 정돈되어 있던 머리를 쓸어 올렸다. 리츠가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팩을 집어 들어 마오에게 다가갔다. 다가갔다고 해봤자 고작 몇 걸음이었지만. 마오가 눈을 깜박였다.
“마-군.”
“어?”
팩 숨길 곳 생각났어? 난 딱히 생각 안 나서, 조사 안 당할 곳. 마오가 말을 쏟아내었다.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역시. 마오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방법이었을 테다. 리츠가 팩을 마오에게 넘겼다. 그리고, 뒤로 밀었다.
마오가 무어라 할 새도 없이, 리츠는 무작정 마오에게 입을 맞췄다. 당혹스러움에 벌어진 입 안을 헤집는다. 뻣뻣하게 얼어버린 혀를 감싸고, 얽고, 치열을 훑고, 꼼꼼히. 방의 공기부터 바꿔놓아야 했다. 최대한 붉게. 의심도 피하고 나도 좋고. 낙승, 낙승. 얽혀드는 혀를 살짝 깨물었다가 놓으며 자신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 방수팩을 안은 채 갈 길을 찾던 마오의 팔은 어느새 목에 둘러져 있었다. 마오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아 입술을 떼었다. 잔뜩 빨개진 얼굴을 하고, 마오는 숨을 몰아쉬었다. 숨을 고를 시간도 주지 않고, 리츠는 다시 한 번 입을 맞추었다. 머리는 바삐 굴러가고, 손끝도 바쁘게 움직인다. 마오의 넥타이를 풀었다. 살덩이들이 부대끼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방 안을 울렸다. 마오의 입술을 아프지 않게 깨문 뒤에, 리츠는 마주했던 입술간의 거리를 벌렸다. 리츠 본인도 살짝, 숨이 버거웠다.
“이게, 뭐하는…….”
엷은 신음과 숨소리가 귀를 울렸다. 몸끝이 짜릿해지는 기분이었지만, 내색할 시간은 없었다. 그런 것치고는 마-군도 금방 받아주던데. 그리 대꾸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리츠는 베스트와 셔츠를 벗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훤히 드러낸 상체에 마오가 눈 둘 곳을 찾기 무섭게, 리츠는 자신의 쇄골 근처를 툭툭 쳤다.
“남겨줘.”
“뭐?”
평소에도 하지 않는 요구에, 마오는 아득해져가는 정신을 붙잡아야만 했다. 빨리. 그리 말하며 내려다보는 리츠의 시선은 꽤나 급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할 새도 없이 리츠는 다시 한 번 재촉했고, 마오는 힘이 빠지려는 상체를 겨우 일으켜 리츠의 어깨를 붙잡았다. 한 번도 남겨준 적 없는데, 지금까지. 교제를 시작하고, 몇 번씩 몸을 섞었을 때도 리츠가 자신에게 자국을 남길 것을 요구한 적은 없었다. 그랬는데, 왜 여기서. 마오가 파르르 떨며 흐릿하게나마 키스마크를 새기고, 그에 민망해 고개를 떨궜다. 희미하게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옆방인 것 같았다. 무엇인가 분주한 느낌이 좋지 않다. 마오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리츠는 마오의 머리를 헤집어 주고는, 눕혔다. 똑바로 누워있어, 마-군. 문에서 몸 돌리고. 나직한 리츠의 말끝이 또렷했다. 침대를 가로지르지 않고 몸을 돌려 제대로 누운 마오의 가슴팍에 방수팩을 제대로 안겨준 리츠는 이불을 마오의 목까지 올려주었다. 마오가 눈을 깜박이다가 결국 눈을 감았다. 여전히, 숨이 조금은 찼다.
리츠가 그대로 옷을 벗었다. 이대로 드러난 맨몸을 그대로 마오에게 보여주고 그 반응을 보며 놀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대로 누워있어, 마-군. 짧게 말하고, 리츠는 옷걸이에 걸려 있던 샤워가운을 걸치고, 페트병을 열었다. 대충 물을 손에 담아 얼굴과 몸에 뿌렸다. 땀으로 보이면 좋겠는데. 그리 생각하며, 리츠는 머리를 다시 한 번 쓸어 넘기며 뒤집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격해졌다. 시간은 12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리츠가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잠시 방을 확인하겠다던 무리들의 나름대로 정중했던 목소리도 격해지기 시작했다. 뒤돌아 누워있는 마오의 머리카락이 붉었다.
리츠가 살짝 몸을 숙이고 문을 열었다. 잔뜩 짜증이 난 얼굴로. 방 밖에 서 있던 세 사람이 흠칫했다. 그들이 입을 열기 전에, 리츠는 선수를 쳤다. 방의 공기가 제대로 붉었으면 좋겠는데.
“지금 이거, 뭐하는 짓?”
대충 걸쳐 입은 샤워 가운에 가려지지 않은, 마오가 방금 남긴 붉은 자욱이 선명히 보일 터였다. 세 사람 중 가장 앞에 서있던 사람이 방 안을 힐긋거리는 게 보였다.
“잠시 들어가서 확인하고……, 싶은데요.”
“하아?”
리츠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미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다시 한 번 넘기고, 리츠는 허리에 손을 얹었다. 살짝 몸을 틀어 손가락으로 마오가 있을 침대를 엄지로 가리키고는, 리츠는 말을 이었다. 세 사람이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눈이 있으면 좀 보지? 니네가 뭘 방해했는지?”
세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리츠는 꿀 먹은 벙어리란 이런 사람들을 보고 만들어졌을지 생각했다. 여전히 심기가 불편하다는 얼굴을 하고, 리츠는 한숨을 내쉬었다.
“뭔진 몰라도 여긴 나랑 내 애인밖에 없으니까? 빨리 하던 일 마저 하고 싶은데.”
듣고 있는 마오는 손에 쥔 방수팩이 소리를 낼까 무서웠다.
“그래도 들어가서 확인을 하라는 지시가 있었는데…….”
“하아?”
슬슬 진짜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진짜로 이 상황이었으면 너희들 다 쏴 죽일 거라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리츠가 쏘아붙였다.
“너희 지금, 내 애인 맨 몸을 보고 싶은 거?”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뭐? 한창 좋을 때 방해해놓고 이게 예의 있는 짓?”
시, 실례했습니다. 여전히 의심의 기운은 남아있지만 기운은 수그러들었다. 저 의심은 칩이 나오지 않는 이상 모두에게 해당이 될까, 해당이 되지 않을까. 전자이길 바라며, 리츠는 문고리에 힘을 주었다. 올 거면 나중에 오라고. 마지막까지 날카로운 어조로 쏘아붙인 리츠가 문을 닫고 불을 껐다. 혹시나 밖에 남아서 안의 행동을 살필 지도 모르니까. 걸음소리를 내며, 리츠는 귀를 문에 가까이 댔다. 발자국 소리들이 급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에서 계속 확실하지도 않은 사람과 실랑이를 하느니 움직이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듯 했다.
넘어갔네. 리츠가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8분. 리츠가 침대로 걸어갔다. 마오가 깊은 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방수팩을 건네받은 리츠가 테라스로 걸어갔다. 느리게 움직이는 크루즈의 속력은 일정하다. 움직이는 방향은 팜플렛에 나와 있다. 그렇담, 약속된 시간에는 얼추 확정된 곳을 지나가게 된다. 오차는 있을지라도. 리츠가 창문을 열었다. 지정된 장소에는 운동 신경이 괜찮은 두 사람이 잠수부 차림을 하고, 작은 라이트를 사용해 신호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걸 찾기만 하면. 리츠는 수면을 응시했다. 흐트러진 셔츠 자락을 정리하며, 마오가 곁에 와 섰다. 마오가 머리를 쓸어 넘겼다.
“리츠, 저기.”
리츠와 다른 방향을 보던 마오가 손가락으로 어두운 수면을 가리켰다. 리츠가 웃음을 흘렸다. 강물에서, 주홍색의 빛이 보였다. 화려하게 빛나는 크루즈에 가릴 법한 희미한 빛이었다. 선상에 있는 사람들은 강물을 보지 않는 이상 모를 듯한. 리츠가 불빛이 있는 곳을 향해 팩을 던졌다. 불빛이 깜박거리더니 꺼졌다. 제대로 받은 듯 했다.
끝. 이제 7시까지 여유롭게 버티기만 하면 된다. 지문을 남긴 건 없고, 중요한 것들은 다 넘겼으니까. 허망할 만큼 쉽게 끝났네. 방금은 좀 긴장했지만. 마오가 웃으며 말을 흘렸다. 테라스 난간에 기대 몸을 늘어뜨리던 마오는, 여전히 대충 샤워 가운을 걸치고 있는 리츠와 눈을 맞췄다. 리츠가 살풋 웃었다. 마오가 몸을 일으켰다. 두 눈이 근거리에서 서로를 담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몸에 손을 대고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입을 맞췄다. 마오의 팔은 리츠의 목에, 리츠의 팔은 마오에 허리에. 제자리를 찾아간 듯 겹쳐진다. 입술을 떼고, 바깥의 희미한 불빛에 서로를 확인했다. 이마를 맞댄 두 사람은, 또 다시 서로의 입술을 탐하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미처 시작도 하지 못한 일을, 시작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