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츠마오 전력 60분 세 번째 주제 - 머리핀 받고 썼습니다. 여전히 1시간은 어렵네요...
* 동인 설정과 캐해석이 가득하니 염두에 두고 읽어주세요!
* 유메노사키와 상점가의 거리가 제대로 생각이 나지 않아서 임의로 설정했습니다... 알게되면 수정할 수 있습니다.
목요일의 밤이었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학생회의 일을 처리하러 잠시 들어온 학생회실은 조용했다. 마-군의 집에서 자겠다며 투정을 부리던 리츠가 주변을 살피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학생회실 구석의 의자에 주저앉았다. 엣쨩 의자는 너무 딱딱해서 싫어. 작은 중얼거림이었지만 조용한 공간을 울리기에는 충분한 목소리다. 리츠 너는 학생회 관계자가 아니니까 얌전히 있어. 마오가 가볍게 주의사항을 주고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유닛 연습을 가기 전에 해결했던 서류들과 아직 남아있는 서류들이 자신을 반긴다. 나는 마-군의 연인이고 엣쨩의 차친구인걸. 더구나 이 시간까지 일하게 만드는 학생회가 더 나쁜 거라구. 리츠의 불평이 마오의 귓가에 닿았지만 마오는 그저 곤란하다는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팔락이며 서류들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리츠는 의자에 널브러져 앉아 마오를 지켜보았다. 진중한 얼굴이다. 자신과 있을 때는 그나마 감정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아이인데.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표정이 있음에 만족하고, 리츠는 마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왼팔은 단정하게 책상 위에 올려두고, 오른손으로는 끝이 뭉툭한 하늘색의 볼펜을 들고 무언가를 작성하고, 고민한다. 입술을 깨물었다가 놓는 행동에 주의를 줄까 싶었지만 내버려 두었다. 몇 번 더 피 터지고 그걸 빌미로 쪽쪽거리면 그 땐 고쳐지겠지. 나도 좋고, 버릇도 고치고, 낙승낙승. 흐흥, 콧노래를 흘린 리츠가 있는 쪽으로 마오가 잠시 고개를 돌렸다. 리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어보였고, 마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다시 서류로 시선을 옮겼다.
불을 제대로 켜지 않아 조금은 어두운 학생회실의 불빛 아래, 마오의 눈이 반짝거렸다. 역시 마-군은 선생님이 되었어도 잘 어울렸겠지, 리츠는 생각한다. 선생님이 된 마오를 떠올려보았다. 곤란하다는 듯 웃음을 짓고, 수업을 준비하려 머리를 싸매기도 하다가 교탁 앞에 서면 뭐든지 대답을 잘 해주는 이사라 선생님이 되어 수업을 진행하고, 여자 아이들에게 인기도 많겠지. 마지막 문장을 떠올린 리츠가 손으로 자신의 머리 쪽을 홰홰 저었다. 저런 문장은 필요없다구, 마-군이 더 인기가 많아져서는 곤란해. 아이돌은 특정하고도 열성적인 몇몇의 팬이 아니라면 쌍방이 성립하기 어려운 직업이다. 그에 반해 선생님은 쌍방이 알 수 있는 거리다. 그건 곤란했다. 물론 현재의 마오는 자신의 사람이었지만. 미래는 어찌 될 줄 모르니 확실히 자신에게 향하도록.
10분 가량 마오를 들여다보던 리츠는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마오의 머리카락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핀으로 꽂았음에도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는 듯 마오는 가끔 왼손으로 핀을 빼고 딸깍거렸다. 쇠붙이 부분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듯, 헐거워진 끝부분을 보며 마오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저래서는 머리카락을 고정하는 것도 무리로 보이는데. 마오는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다른 방도가 없는지 핀을 다시 꽂았다. 이 핀을 대체할만한 핀이 마오의 수중에는 없었을 테고. 그렇지만 머리를 내려도 될 텐데. 멍하게 생각에 잠겨 마오의 머리카락을 바라보던 리츠가 입을 열었다.
“마-군.”
“응?”
마오가 고개를 돌렸다. 동그란 눈동자가 저를 향하는 일이 그리 만족스러울 수가 없어, 리츠는 살짝 웃어 보이며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다.
“머리핀, 고장 났어?”
“아, 응. 오후부터 말썽이네.”
마오가 눈썹을 찌푸리고 웃었다. 오후부터 말썽이었는데도 몰랐던 이유는 자고 있다가 일어나서 스튜디오에 가서 잔 뒤에 연습을 해서이리라. 리츠는 다시 서류를 보려는 마오의 시선을 잡아챘다.
“왜 안 버리고?”
마오가 눈을 끔벅거렸다. 자신을 올곧게 바라보는 리츠를 마찬가지로 바라보다가, 어두운 구석에서 빛나는 적색의 눈동자를 피해 이리저리 학생회실을 시선으로만 훑었다. 무어라고 대답해줘야 할까. 마오는 꽤 한참동안-본인이 생각하기에는 한참이었지만, 실상은 그리 길지도 않았다- 고민하다가 겨우 입을 떼었다.
“받은 거라, 부모님께.”
부모님께? 리츠가 살짝 눈을 크게 떴다. 마오가 부모님한테 선물 받은 건 많이 없을 텐데. 적어도 제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는 많이 있지 않았다.
“너한테 물리고 나서 앞머리가 너무 무서운데, 우리 집에 핀이라고 해봤자 동생 거밖에 없잖아? 그래서 내가 어쩔 줄 몰라하니까 사다 주신 거지만. 괜히 버리기 좀 그래서.”
저 정도도 마-군에게는 선물이 되는 구나. 적어도, 오래 되어 낡고 닳아 고장이 나버려도 소중하고 소중해서 버리지 못할 물건이 되고 마는. 리츠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마오는 서류를 쳐다보며 복잡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몇 가닥씩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대충 정리를 하면서.
“마-군.”
“응?”
이번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마오가 대충 대답했다. 아무래도 중요한 계산인 듯 했다. 엣쨩이 회장을 담당하고 있는 학생회의 회계란. 리츠가 속으로 혀를 찼다.
“얼마쯤 걸릴 것 같아?”
“어……. 30분쯤? 빠르면 20분?”
리츠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오의 시선이 살짝 자신에게 닿는 걸 느끼며, 리츠는 학생회실의 묵직한 문을 열었다. 상점가까지 뛰어갔다 오면 얼마나 걸릴까. 20분 안에 갔다 오려면 많이 뛰어야겠지만, 리츠는 창문 너머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삭(朔)이다. 자신의 시간이었기에, 리츠는 몸상태를 믿고 무작정 상점가로 빠르게 뛰어갔다. 자신이 오지 않더라도 마오는 기다려 줄 테니까.
숨이 많이 차지는 않았다. 이래뵈도 아이돌인지라 심폐지구력은 괜찮으니까. 리츠는 아직 불이 켜져 있는 가게가 있는지 주변을 살폈다. 불이 드문드문 켜져 있는 가게 사이에서, 잡화점을 발견한 리츠가 그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곧 폐점 시간이라고 알려주는 직원에게 대충 고개를 까닥인 리츠가 빠르게 내부를 훑었다. 머리핀이 있을만한 곳.
각양각색의 머리핀이 있는 함 앞에서, 간단히 머리핀을 고른 리츠가 계산대 앞에 섰다. 폐점 시간이라는 말이 맞는지 이제 보니 사람이 없다. 직원이 계산을 하다가 슬쩍, 리츠를 보고 물었다. 이 시간에 노란색 머리핀을 사는 남학생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누구 선물 주는 거예요?”
“네.”
리츠는 짧고 간단하게 대답하며 지갑을 열었다. 그럼 포장해드릴까요? 아뇨. 역시나 짧은 대답에 김이 새었는지, 직원은 별 말을 하지 않고 리츠가 내민 돈을 받다가 받는 분이 좋겠다며 다시 말을 붙였다. 말을 걸기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잠 좀 그만자지 그래, 쿠마 군? 밖에서는 팬서비스 잘하는 나이츠의 일원으로 있어야 한다고? 세나의 잔소리가 귓가에서 웅웅거려, 리츠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선물에는 다 의미가 있다 잖아요.”
리츠가 핀을 집어 들고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핀을 선물하는 거에는 내 인생은 당신의 것이라든가, 그런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나의 인생은 당신의 것. 리츠가 대강 고개를 끄덕이고 잡화점을 나섰다. 별빛이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지는 않지만, 감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혹여라도 마오가 자신을 기다리기라도 할까봐, 리츠는 다시 빠르게 유메노사키로 걸음을 돌렸다.
계속해서 뛰어다니고 정신없이 물건을 골라서일까, 리츠는 크게 올라왔다가 내려오길 반복하는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심장이 뛰고 있다, 살아있다. 왼손에는 핀이 단단하게 들려있다. 이 핀의 주인이 될 사람이 다시 만들어 준 목숨이나 다름이 없다. 리츠는 색색거리는 호흡을 진정시키며, 투명한 비닐로 포장이 되어있는 것을 풀었다. 노란색의 핀. 마오와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그래, 정말 좋아하지는 않아도 떨어지지 못할 그런 핀. 리츠는 점원에게서 들었던 말을 상기했다. 나의 인생은 당신의 것. 그런 의미가 정확히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뜻이 이렇게 어울리기도 힘들지. 리츠가 살짝 눈을 감고 핀에 입을 대었다. 쪽, 짧은 소리를 내며 닿았다가 떨어진다. 리츠가 배시시 웃으며 학생회실의 문을 열었다. 나의 인생은 당신의 것. 켜진 전등 아래에서 서류들을 한데 모아 정리하고 있는 마오가 보였다. 주인이 보였다. 리츠는 다시 한 번 미소를 올리고는, 마오를 불렀다. 마-군, 줄게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