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라시언니는 여자아이입니다. 여자아이입니다. 캐해석에 유의해주세요. 민감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해석인 만큼 불편하시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 둘 다 성인입니다. 홀리데이, 스타마인, 아라시 개인스토리 3화와 관련된 언급이 있습니다. 아라시가 3월생이란 것에 착안한... 무언가도 있습니다...
색색거리는 숨소리는 아직 평소보다는 빠른 편이었다. 왜인지, 이대로 잠들기는 아까운 밤이다. 안즈는 눈을 깜박였다. 자신을 끌어안은 팔은 말랐음에도 단단한 느낌을 주고 있다. 안즈는 상대를 안고 있는 자신의 팔을 흘깃 바라보았다.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 전체적인 골격이라든가 느낌이라든가. 안즈가 시선을 들어올렸다. 눈꺼풀에 가려져 눈동자는 보이지 않는다. 긴 속눈썹이 그저 파르라니 떨리기에, 안즈는 그를 안고 있지 않은 오른손을 들어 눈가에 가져다 대었다. 살짝 차갑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는 눈매. 평소라면 아이라인이 그려져 있을 눈꼬리를 엄지로 살살 문지르고 있자니 반짝, 눈이 떠졌다. 다정하면서도 장난기가 어린 자색의 눈이다. 그는, 나루카미 아라시는 생긋 웃었다.
“잠이 안 오는 거니? 안즈쨩.”
안즈는 가만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왜 잠이 안 오는 걸까아. 말꼬리를 늘리며 아라시는 안즈를 더욱 더 끌어안을 뿐이었다. 아라시의 어깨 부분에 얼굴을 묻으며, 안즈는 다시 눈을 깜박였다. 간지럽잖니. 아라시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안즈도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안즈쨩은 작구나.”
새삼스러운 말이었다. 새삼스러운 말인데도 묘하게 물기가 어려 있는 느낌에, 안즈는 얼굴을 빼들고 아라시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다. 아라시는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곤란하다는 듯. 무슨 의미야? 직접적으로 물어보지는 않았음에도, 아라시는 스스로 입을 열었다.
“예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말이지. 나는 더 작고 귀엽게 태어나고 싶었으니까.”
조곤조곤한 목소리였다. 모두의 앞에서 상처를 받아도 의연해지는 이 아가씨가 약해지는 순간은 오롯이 안즈의 것이었다. 안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아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다. 언젠가의 휴일이었다. 유메노사키에 전학 왔던 그 해. 저와 체격이 비슷한 3학년의 선배를 보고 그런 말을 했던가. 아라시가 손가락으로 안즈의 어깨를 훑었다. 손끝을 타고 묻어나는 것은 분명, 선명한 애정이었다.
“안즈쨩처럼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어. 동글동글한 어깨라든가, 작은 손이라든가.”
아라시가 안즈를 안고 있던 팔을 풀고 안즈의 팔을 옆에 자신의 팔을 대었다. 안즈의 시선이 딱 달라붙은 두 사람의 팔로 향했다. 방금 생각했던 거다.
“단단하고, 그런 것보다는. 부드럽고 선이 곱잖니. 이 몸은, 직선 투성인 걸.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어. 내 이름이나, 유닛 의상처럼.”
아라시는 다시 한 번 웃었다. 닿았던 팔이 떨어지고, 아라시는 안즈의 손을 찾았다. 한 마디쯤은 작은 손을 잡은 아라시의 어깨가 살짝 들썩였다. 곱게 휘었던 두 눈은 이내 반짝이는 보랏빛을 드러내보인다.
“그래도, 지금은 안즈쨩에게 이 몸으로도 만족을 줄 수 있으니 만족이야.”
안즈가 눈을 껌벅거렸다. 아라시가 평소처럼 웃었다. 우후후, 숙녀가 하기에는 민망한 말이었니? 아니, 그렇지는 않지만. 짧은 대화가 오갔다. 잔잔하게 그려진 호선이 입가에서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안즈는 얼굴을 살풋 찌푸렸다. 깍지를 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아라시를 똑바로 바라보고, 안즈는 입을 열었다.
“언니가 어떤 몸을 가지고 있더라도, 귀여워. 고운 걸.”
“아라라.”
“그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언니는 귀엽고 예쁘니까.”
이 눈은 진실을 말하고 있다. 꾸며내지 않은 순수함 덩어리다. 아라시는 저를 향하는 올곧을 눈을 바라보다, 결국 웃음을 흘렸다.
“안즈쨩 앞에서는 언제나 작아지는 기분이야.”
안겨도 괜찮니? 조심스레 물어오는 말에 안즈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동그란 어깨에, 아라시는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작지만 든든한, 하나뿐인, 사랑스러운. 어떤 형용사를 붙여야 자신의 연인을 표현할 수 있을까.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안즈에게 안기며 다리를 모은 탓에, 두 다리가 어지럽게 엉켰다. 안즈가 목을 뒤로 빼고 아라시의 얼굴을 살폈다. 어미의 품에 잠긴 아이처럼, 평온하게 감긴 눈은 떠지지 않는다. 다행이야. 안즈는 아라시의 뒷머리를 쓸었다.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머리칼의 밑으로는 까슬한 감촉이 느껴진다. 그것이 좋아서, 안즈는 슬쩍 미소 지었다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언니.”
“으응?”
“우리, 결혼할까?”
아라시가 고개를 들었다. 갑작스러운 말에 놀란 것인지 깜박이는 두 눈은 사랑에 빠진 소녀와 다를 것이 없다. 안즈는 어깨를 들썩이며 다시 한 번 미소 지었다. 아라시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이내 안즈를 따라 웃었다. 정말, 안즈쨩은 못 말린다니까. 진심인데. 알고 있으니까? 정말, 작아지는 기분이야. 아라시가 얼굴을 묻었다. 짧게 들리는 웃음소리가, 기분이 나쁜 것 같지는 않아 보여 안즈는 입술을 오물거렸다.
“이런 건 언니가 먼저 말해야 하는 건데 말이야. 연상이니까 말이지?”
“그치만, 3월에 태어났잖아.”
“그런 건 센스 있게 묻어가는 거란다.”
아라시가 안즈의 어깨에 입을 맞췄다. 암묵적인 동의에, 안즈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지금이라면 잠들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때는 언제가 좋을까. 한결 가벼워진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