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사람 다 성인. 사귀고 있습니다. 졸업한지 몇 년 후에 갑작스러운 여행...을 갑니다.
* 여행이라는 주제랑 잘 맞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뭐 1박2일이니까 여행이겠죠......? 아...아니면 어쩔 수 없습니다... 특별한 내용은 없습니다 사실 뭔가 더 쓰고 싶은데 정리가 안 되어서 조금 중구난방한 것 같습니다...
* 헉 내가 쵱컾 전력도 있는 사람임;
눈을 떴을 때 그곳은, 모르는 곳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 안이라고 할까. 익숙한 듯 낯선 듯, 회색의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마오가 눈을 끔벅거렸다. 막힘없이 달리는지 멈추는 일도 없었다. 꿈인가. 차에 타고 이동할 이유가 없는데. 마오는 여전히 멍하게 눈을 깜박거리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꿈이 아니었다. 썬팅이 된 창문 너머로 무언가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앞을 돌아보았다. 익숙한 뒷통수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일어났네.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는걸, 마-군.”
백미러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리츠가 말을 건넸다. 마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거지. 리츠는 왜 저렇게 자신을 납치하는 것처럼 말을 걸고 있는 것인지. 마오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3일 내리 이어졌던 콘서트가 오늘 오후에 끝났다. 내일이 월요일이니 금요일과 토요일처럼 밤늦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 콘서트를 마치고 가볍게 뒷풀이를 한 뒤에 집으로 들어왔다. 리츠가 반겨줄 집으로. 일정을 묻는 리츠에게 내일 오후부터 당장 예능 프로그램 녹화를 가야한다고 말을 했지. 그리고, 기억이 없었다. 아마 쓰러지듯 잠든 게 분명했다. 적어도 마오의 기억 속에는 자신이 차에 타고 있는 장면은 있지 않았다.
턱을 괴고 고민에 빠져있던 마오를 백미러로 힐끔거린 리츠가 작게 웃었다. 마오가 고개를 들었다.
“마-군은 지금 납치당한 거야.”
“뭐?”
“이렇게 일찍 깰 줄은 몰랐지만. 적어도 도착하고 깰 줄 알았는데.”
“아니, 아니. 리츠? 납치?”
“응, 납치.”
리츠는 즐거운 듯이 웃었다. 납치라는 말에 전혀 설득력이 없는 웃음소리였지만, 마오는 그 생각을 제치고 어두운 창문 밖을 힐긋거렸다.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짐작도 되지 않았다.
“좀 더 자.”
“잘 수 있겠냐.”
“자.”
나직하고 부드럽지만, 힘이 실린 목소리였다. 어차피 할 일도 없잖아? 리츠가 어깨를 으쓱였다. 핸들을 잡은 손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도대체. 마오가 고개를 저으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휴대폰이 있어야 했는데, 없었다.
“마-군 휴대폰은 지금은 없어.”
“뭐?”
“이따가 줄게.”
그러니까 지금은 자.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강한 어조기는 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재우려 하는구나. 리츠의 납치라는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마오는 엉거주춤하게 누웠다. 이곳으로 움직인 적이 없는데, 리츠가 날 옮겼나. 저녁 시간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집으로 들어간 게 7시 넘어서였으니까. 마오가 팔을 뒤로 겹쳐 베었다.
팔베개가 불편한지 몸을 이리저리 틀기도 하고, 리츠를 곁눈질하며 생각에 잠기던 마오가 어느새 잠에 빠져들었다. 조용한 차 안은 바퀴가 도로에 부딪히는 소리만이 종종 들릴 뿐이었다. 리츠가 백미러로 마오의 모습을 확인했다. 잘 자고 있는 듯 했다. 다행이야. 리츠가 살며시 웃었다.
***
마-군. 마-군.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아물한 의식 속에서, 마오는 자신의 애칭을 듣고 눈을 떴다. 차의 문이 열려있었다. 바깥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몸을 숙이던 리츠가 생긋 웃었다. 어느 새 선글라스와 모자까지 눌러쓴 모습에, 마오가 살짝 웃다가 몸을 일으켰다. 당연하게도 차는 멈춰있었다. 차의 문이 열려 있었지만 사람들의 소리가 많이 들리지는 않았다. 언제나 사람들 사이에서, 그것도 주로 커다란 환호를 들으며 생활했던 마오에게는 생경한 느낌이었다. 내려도 돼. 리츠가 캡모자를 마오에게 건네며 손짓했다. 모자를 쓰고, 마오는 일어나 차의 바깥으로 나왔다.
바깥은 어두웠다. 완연한 가을밤이었다. 조금은 선선했다. 서늘한 느낌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쩐지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마오는 귀를 기울였다. 짠내도 풍기는 것만 같아, 눈을 깜박였다. 바다? 작게 중얼거리자 리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흰 손이 자신에게 내밀어졌다. 마오는 커다랗고 흰 손과, 그 손의 주인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내밀어진 손이 오른손이었다. 평소에 자주 쓰는 손은 아닌데. 그래도 이왕 바다로 납치된 김에 그런 걸 신경 쓸 이유는 없지 않을까 싶어, 마오는 얌전히 손을 잡았다. 자연스럽게 손가락 사이로 손가락이 맞물렸다.
“조금만 걸으면 돼.”
마오가 리츠의 왼손으로 시선을 던졌다. 검은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여기 어딘데?”
“……바다.”
리츠가 정확한 명칭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마오가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리츠가 투덜거렸다. 나는 그런 거까지 생각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거든, 마-군. 효율성의 문제라구. 많지는 않은 사람들에게 목소리가 들릴까 싶어, 리츠의 목소리는 꽤 작아져있는 상태였다.
꽤 정돈되어 있는 흙바닥을 걷다가, 돌계단을 내려간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져서 형체는 보일지라도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온 두 사람은 사람들이 적은 쪽을 향해 걸었다. 주로 리츠가 먼저 걸으면, 마오는 뒤따라가는 느낌이었다. 손을 잡고 있었음에도 마오의 걸음이 조금 느려진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마오의 머릿속에는 일이 하나둘씩 떠오르고 있었다. 트릭스타 멤버들이 걱정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감독님한테 연락 온 게 있으면 어떡하지.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 내일 바로 일정있는데, 리츠 알고 있겠지? 바로 돌아가나? 그럼 리츠 피곤할 텐데. 나도 피곤하지만.
리츠의 걸음이 멎었다. 해변의 끄트머리였다. 밤인데다가, 성수기도 아니다.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검은 비닐봉지를 내려놓은 리츠가 선글라스와 모자를 벗고 머리를 털었다. 작은 파도가 일어났다가 물거품이 되는 소리가 어쩐지 아득하게 들려왔다. 마오가 모자를 벗었다. 자느라 조금 흐트러진 머리까지 정리하고 나서, 마오가 리츠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제대로 된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이었지만, 리츠는 별로 개의치 않고 쪼그려 앉아 비닐봉지를 뒤적였다. 리츠. 마오의 부름에 다리를 핀 리츠의 손에는 작은 막대 불꽃과 라이터가 들려있었다.
“자.”
하나는 마-군거야. 리츠가 막대 불꽃을 내밀었다. 얼결에 받아 들었지만, 여전히 리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마오가 자신의 손에 들린 막대 불꽃과 리츠를 눈에 담는 동안, 리츠는 자신의 것에 불을 붙였다. 끝이 타들어가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타닥거리며 불꽃이 일었다. 마-군도. 리츠가 라이터를 들어 올리자, 마오가 불꽃을 아래로 내밀었다. 불이 붙었다.
“마-군, 피곤했지.”
리츠가 쪼그려 앉으며 말문을 열었다. 저를 태우며 환하게 빛을 내는 막대를 바라보던 마오가 한 템포 늦게 반응했다.
“응?”
“피곤했지?”
확정을 짓는 말투에, 마오는 입을 다물었다. 피곤하긴 했다. 앨범 발매와 방송 활동, 방송 활동이 끝날 무렵 즈음에 있는 콘서트 준비. 그 모든 게 조금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그 뒤의 스케줄도 착착 잡혀가고 있었다. 피곤했고, 앞으로도 피곤할 예정이었다.
마오가 머뭇거리며 리츠의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불꽃은 여전히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고 있었다. 리츠는 모은 다리 위에 팔을 얹고는 말을 이었다. 작은 불빛에, 어렴풋이 파도가 보인 듯 했다.
“마-군은 언제나 성실하니까. 피곤해도 티도 안 내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일했을 게 분명해. 사람들 앞에서는 물론이고 연습실에서도 계속 웃고, 잠도 제대로 안 자고.”
“윽…….”
반박하고 싶지만 반박할 수는 없었다. 마오의 모든 일정을 지켜본 사람처럼 리츠는 이야기했고, 그것은 모두 맞는 말이었으니까. 불빛이 제대로 닿지 않는 두 사람의 사이는 조금은 어두웠지만, 리츠는 마오의 행동을 훤하게 꿰고 있었다. 푹 자본 게 며칠 전이더라. 일 단위가 아니라 주, 아니면 달 단위로 생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생각만으로도 피곤해져서, 마오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마-군을 위한 납치범의 선물이야.”
리츠의 왼손에서 불꽃이 한 번 돌아갔다. 바다를 바라보며 말하던 리츠가 고개를 돌렸다. 마오가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잔잔히 미소 짓고 있는 리츠의 얼굴이었다.
“오늘만이라도 일 생각 안하고 푹 쉬는 선물. 그런 의미로, 사실 휴대폰은 집에 두고 왔어.”
“리츠!”
“대신 내 휴대폰은 있으니까 진짜 급한 건 나를 통해서라도 오겠지.”
그건 있던 일이잖아? 리츠가 당당하게 말을 내뱉었다. 눈을 휘어가며, 역시나 사실을 말하는 리츠에게 반박할 말은 딱히 떠오르지 않아 마오는 그저 곤란한 미소만을 지을 수 있었다. 리츠에게 급한 일이 있는데 연락이 닿지 않을 때는 마오를 통해서, 마오에게 급한 일이 있는데 연락이 닿지 않을 때는 리츠를 통해서. 아는 사람들은 아는 일종의 규칙이었다.
마오가 리츠의 미소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 쓸쓸함이 조금 더 짙어지나 싶더니, 리츠는 고개를 돌렸다.
“난 마-군이 조금 더 편해졌으면 좋겠어.”
리츠가 언제나 입에 달고 사는 말이었다. 분위기의 영향인가, 오늘따라 더 진득하게 들리는 말에 마오는 입을 다물었다.
“자기 생각도 하고, 조금 더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생각해. 마-군은 말야.”
리츠의 시선이 자신의 불꽃에 닿았다. 막대 불꽃과 마오. 꽤 닮아있다.
“마-군이 그런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마-군을 죽여가면서 빛날 필요는 없잖아. 일단 살고 봐야지.”
그치? 리츠가 장난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얼핏 웃음이 묻어나는 것도 같았다. 표정은 보여주지 않아서 읽을 수 없었지만. 계속해서 리츠를 바라보고 있던 마오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리츠라면 왠지 보고 있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말리지는 않을게. 말리는 건 못하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마-군을 돌봐줘.”
그러지 않으면 내가 슬플 거야. 마오에 귀에 닿은 리츠의 중얼거림이 파도에 쓸려나갔다. 불꽃이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싸구려니까 금방 타들어갈 줄은 알았지만. 조금 더 가까워진 불빛을 보고 마오도, 작은 소리로. 머잖아 파도 소리에 묻힐 정도로 작게 대답했다.
“……노력은 해볼게.”
불꽃이 사라졌다. 쓰레기를 한 곳에 모은 리츠가, 이번에는 마오에게 왼손을 내밀었다. 마오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손을 맞잡았다.불꽃 때문인지, 아닌지. 어쩐지 손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제 돌아갈까? 응? 집에 안 가? 응, 숙소도 잡아놨으니까. 이런 것만 빠르잖아, 너. 납치 겸 휴식 여행이니까? 끝까지 납치인 거냐. 우리 방은 특별히 바다가 잘 보이는 곳으로 잡았어, 다른 곳보다 비쌌다고? 그래, 아주 잘했네. 마-군이 바다가 보고 싶다면 특별히 아침에 깨줄게. 장난스러운 말들이 이어졌다. 맞잡은 손은 풀리지 않았다. 두 사람의 발자국이 모래사장에 나란히 찍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