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는 이에 따라서 얼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는 그로테스크한 표현이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 순서대로 읽어주세요.
- 지각... 갑자기 배가 아프길래...
졸업을 하고 성인이 된 뒤, 초승의 사쿠마 리츠는 웬만해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방송 일정도 적어도 그 앞이나 뒤로 조정하고, 그 좋아하는 피아노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심지어 하나뿐인 동거인이자 연인에게도 시선도 주지 않은 채 혼자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방에 마오를 들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 전날이나 다음날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얼굴을 내밀고 웃고, 사랑의 말을 읊어도 언제나 삭(朔)에는. 걱정이 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몇 번이고 방문을 두드리고 이유를 물었다. 어딘가 아프기라도 한 것이냐고.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것이냐고. 리츠는 두 어 번 정도 대답을 피하다가, 결국 울기 직전까지 간 마오를 본 뒤에야 겨우 털어놓았다. 그 때는 피가 강해져. 마-군을 분명히 아프게 하고 말거야. 의미모를 말, 을 변명으로 내놓는 것을 마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히라고 단정 짓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상처를 받는 것은 자신이다. 그 크기와 깊이를 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뿐인데도, 리츠는 확언하고 있었다. 아프게 하고 말 것이라고. 어딘지 겁에 질린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괜찮아. 리츠가 내 모든 걸 사랑해 준다고 했잖아? 나도 그럴 테니까. 끈질기게 이야기해도 리츠는 알아듣지 않았다. 초하루에는 문을 걸어 잠그고,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은 채 하루를 죽였다. 그나마 문밖에서 소리를 치는 마오에게 대꾸라도 해주게 된 것이 일곱 달 전의 일이었다. 2년을 꼬박 함께 살고도 고작 일곱 달.
내가 마-군을 아프게 하는 게 겁이 나. 그걸 잊을 거라는 것도. 마-군이 없어질 것도. 리츠는 제대로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떨었다. 귀신을 무서워하는 아이처럼, 자신의 곁에 누구도 남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는 자신처럼. 마오는 그것을 더더욱 견딜 수 없었다. 리츠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내가 떠난다고? 리츠를 이렇게 혼자 두고? 그 때야, 마오는 자신이 리츠가 없으면 힘들어할 것임을 알았다. 생각보다도 더 아낀다는 것을, 깊게 마음을 내어주고 있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알고 난 뒤에는 내버려둘 수 없었다. 떠나가지 않아. 무슨 일이 있어도 리츠의 곁에 있을게. 상처받는다고 쉽게 리츠를 버리지 않아. 리츠가 자신에게 들려주던 말을 해주는 모양새가 퍽이나 웃기다고 생각했고, 리츠가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하니 가여웠다. 자신을 투영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너를 혼자 두지 않아. 마오는 리츠의 온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다정하게 웃어주던 것을, 안아주던 것을 기억하고 있기에 설득했다. 온갖 말을 건넸다. 혼자 두지 않아, 너를. 가장 듣고 싶을 것이라 생각하는 말을 잔뜩 들려주었다.
몇 달이 흐르고 나서, 초하루에 리츠가 문을 열자마자 한 것은 입맞춤이었다. 씹어 먹을 것 같은. 마오를 집어 삼킬 듯 입을 맞추고, 몸을 탐했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리츠의 혀를 깨물었고, 놀라서 어깨를 두드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리츠는 자신을 놔주었으니까. 언제고 마오가 아프다고 말을 흘릴 때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던, 조용히 입 맞추며 미안하다 말하는 아이였으니까. 자신의 행동이 통하지 않는 리츠는 처음이었고, 몸에 멍이 든 것도 처음이었다. 그 밤에 몇 번을 울었더라……. 다음 날의 리츠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했고, 역시 초하루에 마-군을 보는 게 아니었다고 결국 눈물을 보였다. 겁에 질려서 울었다. 엉망진창이 된 몸을 하고 마오는 리츠를 안았다.
석 달 전이었나. 벌써 세 번이 지났나. 마오는 눈두덩 위에 팔을 올렸다. 자신을 끌어안은 리츠의 팔은 여전히 서늘했다.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겠다는 듯 버티고 있는 모습 같다. 그 모습이 괜히 처량 맞게 느껴졌다. 이 정도의 아픔은 감수할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달이 사라질 듯 보이지 않는 날. 그 밤. 어둠 밖에 남지 않는 듯한 방에 리츠를 혼자 둘 바에야 몇 번이고 몸을 섞으며 조금 더 아파하는 게 낫다고, 마오는 생각했다.
“마-군.”
리츠의 조용한 목소리가 작은 방을 울렸다. 마오가 시선을 틀었다. 리츠의 두 눈이,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붉게, 무언가에 얼룩진 채 번들거리고 있었다.
사쿠마 리츠는 자신의 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초승만 되면 끓어오르는 흡혈에 대한 욕망은 누르기가 썩 힘든 것이라. 자신의 성에 삭이 들어가는 것을 저주했다. 이름에 그 한자가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덜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리츠는 자신의 원망을 쏟을 대상이 필요했다.
리츠에게 있어 마오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연인이었다.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무엇보다도 탐나는 욕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했기에, 리츠는 마오를 피했다. 마오가 사라지는 것은 견딜 수가 없다. 또 다시 무덤을 파고 들어가 혼자 괴로워하고, 죽음을 기도할 테다. 단단히 동여매고 있는 이성의 끈을 놓는 것을, 리츠는 최대한 거부하고 있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마오의 끈질긴 말에 리츠가 혼자 웅크려 몇 번을 자조했는지, 마오는 영영 알지 못할 일이었다. 마-군이 그렇게 말해도 결국 날 떠날 거야. 평소에도 마오는, 온전히 자신의 사람이 아니었다. 엷은 소유욕을 내비칠 때마다 마오는 답했다. 나는 완전히 너만의 마오는 아니라니까? 어쩔 수 없다는 듯, 씁쓸함이 묻어나오는 미소를 짓는 마오를 평상시의 리츠는 웃어넘길 수 있었다. 알고 있다니까?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일 수도 있었다. 평소라면. 리츠는 혼자서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그 때의 나는 안 돼. 보여줄 수 없어. 이성을 놓아버리면, 나는. 마-군이 질려서 떠날 거야…….
석 달 전의 밤이 지나고 난 뒤에 남아있는 온기에, 리츠는 안도했다. 이제는 괜찮은가 보다. 이번은 괜찮아. 견딜 수 있어. 그 다음의 초하루, 자신을 피하지 않는 마오를 볼 때는 더 안도했다. 마오가 사라지지 않았다. 자신은 멀쩡했다. 멀쩡할 것이다.
멀쩡할 것이다.
괜찮을 거야.
오만이었다.
맨살이 닿은 곳에서 마오의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다디단 피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군침이 돌았다. 마오의 눈물조차, 리츠에게는, 강렬한 자극이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마-군.”
리츠의 조용한 목소리가 작은 방을 울렸다. 자신의 목소리가 요동치고 있었음을, 리츠는 알지 못했다. 한 번만. 딱. 한 번.
물고 싶어.
“물어도 돼?”
마오의 떨림이 느껴졌다. 가느다란 움직임마저 손끝을 타고 짜릿하게 전해진다. 시트가 부스럭거리는 작은 잡음마저 귓전을 울린다.
“물어도 돼?”
리츠에게 있어서 문다는 것은 흡혈의 욕망과 더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흡혈귀니까. 마오는 자신의 하나뿐인 권속이었으니까. 완벽하게. 자신의 권속으로. 나의. 리츠의. 사쿠마 리츠의, 단, 하나뿐인.
“안 돼.”
왜? 어째서? 말이 새어나갔다.
“무는 건 안 된다고 했잖아, 리츠.”
한 번만. 내, 내 마-군이잖아. 나의. 내 마-군. 나만의 마-군이잖아.
“내 마-군이잖아. 나만의, 내. 내 마-군.”
“리츠.”
마오의 목소리가 조금은 떨린 것도 같았다. 리츠의 눈은 여전히 번들거리고 있었다. 마오는, 조금은, 무서웠다. 그럼에도, 물어오는 것은 평상시와 같아서. 마오는 얕게 심호흡하고, 늘과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당연히 나한테도 리츠는 소중하지만. 평소에도 늘 말했잖아. 난 리츠만의 마오는 아니라니까?”
어째서?
그저 입을 꾹 다물기만 한 지금의 리츠에게는 들어먹히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어째서? 어째서? 왜? 왜 나만의 마-군이 아니야? 나만의, 내, 나의. 내 하나뿐인 권속. 유일한 사람. 유일한, 사랑, 내. 나의.